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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에게 쓰는 편지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너만할 때 공부만 했다는 부모 말은 위선이자 해악”

ㆍ‘놀이 운동가’ 편해문씨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를 쓴 ‘어린이 놀이운동가’ 편해문씨(43·사진)는 “밖에 나가 함께 놀 아이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편씨는 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밖에 나가서 놀게 해보려고 했지만 놀러 나온 또래가 없어 학원에 보내고 컴퓨터 게임을 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정작 아이가 놀지 못하도록 뒷덜미를 틀어잡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부모들”이라고 말했다. 옆집 아이와 손잡고 뛰놀 수 없게 한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는 만큼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부모가 상식을 가지고 정직한 태도를 지키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 수업 영역에 포함된 민속놀이
재미·감정이 없는 ‘가짜 놀이’
일단은 쉬고 놀이 찾게 해야


세계 각국의 아이를 만나보고 놀이연구에 매진했던 그의 지론은 ‘놀아야 사람이고 놀아야 아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 공부 안 하고 가방 던져놓고 놀았던 부모 세대들이 ‘너희들만할 때 공부만 했다’거나 ‘공부를 안 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자 ‘해악’이라고 말한다.

편씨는 비석치기 같은 전래놀이마저 사교육·공교육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작금의 현실에는 매우 비판적이다. 그는 “비석치기를 예로 들면 놀이 전에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자신에게 맞는 돌을 찾아다니고 그래서 찾아낸 제 몸 같은 그 비석이 쓰러질 때 느끼는 감정까지 모두 놀이의 맥락에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늘날 ‘민속놀이의 유용성’을 설파하며 어른들이 가져온 만들어진 비석을 통해서는 그런 재미와 감정을 경험할 수 없다. ‘가짜놀이’인 것이다. 그는 “지금은 아이들에게 어떤 놀이를 들이밀기보다는 좀 쉬도록 내버려두고 이렇게 쉰 아이가 서서히 놀이에 기지개를 켜기까지 기다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을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 도둑맞기 딱 좋은 세상”이라고 말한다. 고도로 산업화된 컴퓨터·인터넷 게임업계의 전략과 사회적 수용 속에 “자녀보다 부모들이 빠르게 게임의 당사자로 성장하는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를 등교시킨 후 엄마가, 휴일에 아빠가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곧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지금의 부모들은 대체로 남의 핑계를 대며 아이를 속박하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부모에게 이런 생각조차 남아있을지 모르기에 그는 “부모나 아이나 당장 놀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