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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에게 쓰는 편지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이제 어른들이 답해야 한다

ㆍ프롤로그

2012년 5월5일 어린이날, 이 땅의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 가족과 함께 여행 떠날 준비를 하는 아이, 장난감이나 새 스마트폰을 선물 받을 생각에 들뜬 아이…. 그러나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은 목적지를 향해 질주하다 잠시 쉬어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일 뿐이다. 심지어 이런 작은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고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어지간한 집은 초저녁까지, 공부 좀 시킨다는 집은 심야까지 아이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뺑뺑이’ 돌린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생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른바 ‘경쟁력’이 우리보다 앞선 나라나 뒤처지는 나라 가릴 것 없이 아이들은 과거 우리 아이들이 그랬듯이 마음껏 뛰놀며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365일이 오늘만 같아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서초문화예술공원에서 열린 ‘꿈나무 튼튼 한마당 큰잔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숲길을 달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지금 우리 아이들의 삶은 어른들보다 고달프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일궈낸 지 25년이 됐지만, 아이들은 거꾸로 사지로 내몰려왔다. 독재의 압제가 일상화되고 절대 빈곤층이 다수였던 1960~80년대에도 아이들 삶의 질은 지금보다 높았다.

어른들은 경쟁의 장으로 자녀들의 등을 떠밀 때마다 ‘아이를 위하여’라고 말한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말은 그러나 독재자들이 즐겨 쓰던 “국민을 위하여”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그로 인한 자살은 모두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 환경이 빚어낸 일들이다. 아이들이 온몸을 던져 지르는 비명과 신음에 이제는 어른들이 답해야 한다.

무제한 경쟁 논리에 휘말리면서 교육은 방향을 상실했다. ‘어떤 사람으로 키우느냐’가 아니라 ‘연봉 얼마짜리 사람으로 키우느냐’가 교육의 목표가 되고 있다. 대학입시취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의 현재는 미래에 저당잡혀 있다. 모두가 ‘바늘구멍’과 같은 상위 1%를 향해 질주하지만 그 1%조차 행복하지 않다. 경쟁에서 뒤처진 99%는 그 열패감 극복을 위해 또다시 자식에게 희생의 대물림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현실을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현재와 미래의 부모들이 모두 함께 나서 현실을 깨자고 다짐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밖에 없다. 이에 경향신문은 2012년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을 제안한다.

‘고래가그랬어 교육연구소’와 공동으로 만든 ‘7가지 약속’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다. 취지에 공감하는 독자들은 서명을 통해 ‘약속’에 동참함으로써 내 아이뿐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아이가 불행한 사회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이제 아이들이 공부에서 벗어나 뛰어놀 수 있게 하자. 그것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공허한 이론은 집어치우자. 7가지 약속을 출발점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 모인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소박하게나마 행동에 나설 때다. ‘아이를 살리는 약속’의 목표다.